Where the Hills Keep Time North Mississippi Hill Country Blues 앨범 배경 이미지

Where the Hills Keep Time — 반복이 음악이 되는 순간

처음 들으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곡이 앞으로 빠르게 달려가지 않습니다. 코드가 계속 바뀌지도 않고, 화려한 솔로가 곡의 중심을 차지하지도 않습니다. 짧은 기타 리프 하나가 계속 돌아오고, 베이스와 드럼은 그 자리를 좀처럼 떠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몇 번 듣고 있으면 오히려 그 반복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집니다.

Where the Hills Keep Time을 만들면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느낀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멜로디를 계속 보여주는 음악보다, 하나의 리듬이 얼마나 오래 음악을 끌고 갈 수 있는지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North Mississippi Hill Country Blues

이번 앨범의 출발점은 North Mississippi Hill Country Blues였습니다.

이전에 South Side Nights를 만들며 경험했던 Chicago Blues와 비교했을 때, 이번 North Mississippi Hill Country Blues에서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온 차이는 리듬이었습니다. 짧은 리프가 반복되고 코드 변화는 많지 않습니다. 그 대신 베이스와 드럼이 만들어내는 일정한 맥박이 곡 전체를 붙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타 솔로가 앞으로 튀어나오는 블루스보다는 groove가 중심이 되는 앨범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전기 기타와 resonator guitar, 절제된 slide guitar의 질감, 묵직한 베이스와 비교적 건조한 드럼, 그리고 뒤에서 공간을 살짝 채워주는 Hammond organ을 기본적인 색으로 정했습니다. 보컬과 허밍도 처음부터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음악만 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머릿속에는 하나의 장소가 있었습니다.

해가 진 뒤의 작은 Mississippi juke joint.

밖에는 붉은 흙길과 소나무 능선이 있고, 낮 동안 남아 있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습니다. 안쪽에는 오래된 조명과 술병, 그리고 천천히 흩어지는 연기가 있습니다.

각 곡은 서로 다른 장면이지만 모두 그 공간 안에 머물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앨범 제목도 Where the Hills Keep Time으로 정했습니다.

사람이 시간을 세는 것이 아니라, 언덕과 길, 그리고 반복되는 리듬이 시간을 세고 있다는 이미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많이 만드는 것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AI 음악을 만들다 보면 생성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그 이후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같은 방향을 주어도 결과는 매번 달랐습니다.

어떤 곡은 시작은 좋지만 너무 일찍 끝났고, 어떤 곡은 좋은 groove를 한동안 유지하다가 마지막 몇 초 때문에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졌습니다. 한 번 자연스럽게 끝난 음악이 잠시 뒤 다시 시작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특히 곡의 길이 자체보다 groove가 끝까지 자연스럽게 유지되는가를 중요하게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Pines in the Rearview에서는 2분 53초 버전과 3분 40초 버전을 비교했습니다.

단순히 긴 버전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3분 40초 버전에서 반복되는 groove가 충분히 전개되었고 마지막도 더 자연스럽게 정리된다고 판단해 그 버전을 남겼습니다.

The Road to Holly Springs에서는 곡이 끝나는 듯하다가 다시 시작되는 다른 버전을 제외했습니다. Smoke Between the Hills는 여러 후보 가운데 엔딩이 가장 마음에 드는 버전을 선택했습니다.

마지막 타이틀곡 Where the Hills Keep Time 역시 약 4분 길이의 두 테이크를 비교했습니다. 마지막 곡인 만큼 단순히 개별 곡으로 좋은 것보다, 열 곡을 모두 들은 뒤 앨범을 어떻게 닫아주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이 있습니다.

AI가 여러 답을 내놓는 것과, 그중에서 한 장의 앨범에 남길 답을 정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가장 복잡한 연주도, 가장 긴 곡도 아니었습니다.

열 곡을 이어 들었을 때 하나의 장소와 하나의 리듬처럼 느껴지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끝난 곳에서 멈추기

가장 명확하게 직접 손을 댄 곡은 9번 트랙 The Hills Turn Loose였습니다.

선택한 원본은 약 3분 36초였지만, 음악적으로는 약 3분 1초 지점에서 이미 자연스럽게 끝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뒤였습니다.

몇 초 동안 정적이 이어진 다음 음악이 불필요하게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좋은 앞부분 때문에 이 테이크 전체를 버릴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음악이 자연스럽게 끝난 지점을 살릴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저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원래 연주의 decay가 사라지지 않도록 끝부분을 남긴 채 이후 구간을 제거했고, 최종 마스터는 약 3분 2.15초가 되었습니다. 제작 기록상 자연스러운 종결은 약 3분 1.65초에 있었고, 그 뒤 약 4.49초의 정적과 원하지 않았던 재시작이 이어졌습니다. Where the Hills Keep Time_AI Di…

몇 초에 불과한 작은 편집이지만,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을 잘 보여주는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생성된 결과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듣기에 음악이 끝난 곳이 있다면, 그곳에서 끝나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열 곡으로 하나의 흐름 만들기

최종적으로 앨범은 다음의 10곡으로 구성했습니다.

  1. Red Clay Pulse
  2. Pines in the Rearview
  3. Porch Boards Keep Time
  4. One Chord, Many Miles
  5. Heat Above Highway 7
  6. Shade Between the Ridges
  7. The Road to Holly Springs
  8. Smoke Between the Hills
  9. The Hills Turn Loose
  10. Where the Hills Keep Time

첫 곡 Red Clay Pulse에서는 베이스가 받쳐주는 리듬으로 이번 앨범의 성격을 처음부터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Porch Boards Keep Time에서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리듬의 성격을 유지했고, One Chord, Many Miles에서는 베이스가 중심이 되는 리듬으로 약간의 대비를 만들었습니다.

중반의 Shade Between the Ridges에서는 조금 더 느리고 깊은 groove를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앨범과 같은 이름의 Where the Hills Keep Time을 두었습니다.

앨범 전체가 어떤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달려간다기보다, 같은 지역을 천천히 돌아다니다가 결국 처음부터 계속 들리고 있었던 그 리듬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최종 단계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보컬이나 허밍이 들어가 있지 않은지, 곡 중간에 비정상적인 끊김이나 재시작은 없는지, groove의 성격이 앨범 전체에서 유지되는지, 각 곡의 엔딩이 자연스럽게 완결되는지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열 곡의 전체 길이는 약 33분 44초가 되었습니다.

음악과 같은 장소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커버와 영상 이미지에서도 화려한 무대보다는 작은 juke joint를 선택했습니다.

처음부터 지나치게 어둡거나 영화적으로 과장된 공간보다는 실제로 어딘가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을 것 같은 비교적 소박한 내부를 원했습니다.

창밖은 밤이고, 안에는 병이 놓인 backbar가 있습니다. 조명 역시 지나치게 붉거나 주황색으로 물들지 않도록 조정했습니다.

이미지를 여러 번 살펴보면서 이 공간이 Mississippi blues의 분위기로 읽히는지, 앨범 제목이 충분히 눈에 들어오는지, 부제인 NORTH MISSISSIPPI HILL COUNTRY BLUES가 전체 디자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지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최종적으로 3000×3000 앨범 커버와 3840×2160 영상 배경을 선택했습니다.

음악을 고르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이미지 역시 처음 나온 결과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결국 하나의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반복은 꼭 단순함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Where the Hills Keep Time을 작업하기 전에는 반복이 많으면 음악이 쉽게 단조로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업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경험을 했습니다.

코드가 많이 변하지 않으니 베이스가 조금 움직이는 것, 드럼의 강세가 달라지는 것, 기타의 작은 프레이즈 하나가 들어오는 것이 더 크게 들렸습니다.

무언가를 계속 추가하지 않아도 음악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을 만들며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일은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보다 어디까지 그대로 둘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짧은 리프가 반복되고, 그 위에 시간이 조금씩 쌓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음악이 앞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제가 그 자리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아마 제가 이번 Hill Country Blues를 작업하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부분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언덕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시간이 계속 흐릅니다.

그 느낌을 열 곡 안에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Where the Hills Keep Time은 Spotify, Apple Music, YouTube Music을 비롯한 주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Where the Hills Keep Time 전체 앨범 듣기

YouTube에서 Rain on Porcelain의 Where the Hills Keep Time 전체 앨범을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WHERE THE HILLS KEEP TIME 앨범 커버

▶ YouTube에서 Where the Hills Keep Time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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