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플레이리스트 영상, 배경을 구간마다 바꾸기|캡컷 플레이리스트 빌더 v1.7
이번에 바뀐 것
지난 글에서는 92곡의 순서를 맞추기 위해 정렬 기능을 추가한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이번에는 캡컷 배경을 곡 구간마다 바꾸는 기능을 정리했습니다. 시작할 곡을 고르면 배경이 배치되고, 경계에는 3초 디졸브가 들어가도록 개선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배경이 한 장뿐이었습니다. 정지 이미지든 짧은 루프 영상이든, 한 장을 넣으면 프로그램이 영상 전체 길이에 맞춰 쭉 늘려 깔았습니다. 영상이 한 시간이면 한 시간 내내, 네 시간이 넘으면 네 시간 내내 같은 그림이었습니다.
이제는 배경 칸에 이미지나 영상을 여러 장 끌어다 놓을 수 있습니다. 배경마다 줄이 하나씩 생기고, 줄마다 ‘시작 트랙’ 드롭다운이 붙습니다. 드롭다운에는 지금 곡 목록에 있는 트랙이 그대로 나옵니다. 여기서 트랙을 고르면, 그 배경은 그 트랙부터 다음 배경의 시작 트랙 바로 앞까지 깔립니다.
예를 들어 배경 다섯 장을 넣고 각각 1번, 21번, 39번, 65번, 75번 트랙을 시작으로 고르면 이렇게 됩니다.
- 1~20번 트랙: 첫 번째 배경
- 21~38번 트랙: 두 번째 배경
- 39~64번 트랙: 세 번째 배경
- 65~74번 트랙: 네 번째 배경
- 75~92번 트랙: 다섯 번째 배경
첫 번째 줄 배경은 항상 첫 트랙부터 시작하도록 고정했습니다. 처음에 빈 화면이 나오는 실수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줄 옆 ▲▼ 버튼으로 배경 순서를 바꿀 수 있고, 시작 트랙 목록은 곡 목록을 정렬하거나 곡을 빼면 그에 맞춰 바로 바뀝니다.
3초 디졸브를 넣은 이유
캡컷 배경을 구간마다 바꾸더라도 화면이 갑자기 툭 바뀌는 느낌은 줄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배경이 바뀌는 지점에는 3초 디졸브가 자동으로 들어갑니다. 앞 그림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다음 그림이 겹쳐 나타나는 전환입니다. 갑자기 화면이 툭 바뀌지 않으니, 음악을 틀어 두고 듣는 사람의 흐름을 끊지 않습니다.

반복 재생과 함께 쓰면
빌더에는 트랙리스트 전체를 몇 번 더 이어 붙이는 반복 재생 기능이 있습니다. 한 시간짜리 앨범을 두세 번 이어 붙여 긴 작업용 영상을 만들 때 씁니다.
구간별 배경은 반복할 때마다 같은 패턴을 다시 밟습니다. 1회차에 첫 번째 → 두 번째 → 세 번째 배경으로 흘러갔다면, 2회차에도 똑같이 첫 번째 배경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마지막 배경에서 다음 회차의 첫 배경으로 넘어가는 경계에도 디졸브가 들어갑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 처음 곡으로 돌아왔구나”를 화면으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캡컷 배경을 한 장만 넣으면, 예전 버전과 완전히 똑같이 동작합니다. 새 기능 때문에 이미 잘 쓰던 방식이 바뀌지 않게 하는 것,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먼저 지키고 싶었던 조건이었습니다.
왜 배경을 나누고 싶었나
이전 Seoul Night Mart처럼 네 시간이 넘는 영상을 만들고 나니, 한 장의 그림이 네 시간 동안 걸려 있는 게 조금 아쉬워졌습니다.
특히 여러 앨범의 곡을 묶어 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면, 앨범마다 분위기가 다릅니다. 비 오는 창가 같은 곡들 다음에 늦은 밤 바(bar) 같은 곡들이 이어지는데, 배경은 처음 그림 그대로입니다. 곡이 바뀌는 흐름에 맞춰 화면도 함께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apCut에서 손으로 하려면 방법은 있습니다. 배경 클립을 여러 개 놓고, 트랙이 바뀌는 시점을 찾아 하나씩 잘라 맞추고, 경계마다 전환 효과를 끌어다 놓으면 됩니다. 문제는 그 ‘트랙이 바뀌는 시점’입니다. 92곡짜리 영상에서 31번째 곡이 몇 시 몇 분 몇 초에 시작하는지 타임라인을 확대해 가며 찾는 일은, 앞 글에서 말한 순서 맞추기만큼이나 사람이 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이미 곡마다 길이를 알고 있습니다. 시작 트랙만 알려 주면 정확한 시점은 프로그램이 계산하면 됩니다.
아래 다섯 장은 이번 업데이트의 캡컷 배경 변경 기능을 활용해 처음 제작한 10시간 플레이리스트 영상의 배경 이미지입니다. 아침 햇살과 점심 무렵의 빛, 비 내리는 오후, 비가 갠 초저녁, 어둠이 내려앉은 늦은 밤까지 하루의 흐름을 담았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을 주고 싶어, 구도는 유지하면서 빛과 날씨를 달리해 새롭게 제작했습니다.





RAM 문제를 다시 떠올리며
이 기능을 만들면서 한 가지 더 신경 쓴 게 있습니다.
캡컷 빌더 첫 글에서, 루프 영상 배경으로 네 시간짜리 영상을 만들었다가 내보내기가 “메모리가 부족합니다”로 실패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10초짜리 루프 영상을 네 시간 동안 이어 붙이면 배경 조각이 1,500개가 넘게 생기고, 그게 노트북 메모리를 다 잡아먹었습니다. 결국 RAM을 직접 늘렸습니다.
그때 얻은 교훈은 “긴 영상에는 정지 이미지 배경이 안전하다”였습니다. 이미지는 길이가 몇 시간이든 조각이 하나뿐이기 때문입니다.
구간별 배경은 이 교훈과 잘 맞습니다. 정지 이미지 세 장으로 구간을 나누면, 배경 조각은 세 개뿐입니다. 반복을 세 번 해도 열두 개입니다. 루프 영상처럼 수백, 수천 개로 불어나지 않으면서도 화면에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한 장짜리 정지 화면의 단조로움과 루프 영상의 메모리 부담,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선택지가 하나 생긴 셈입니다.
물론 구간마다 루프 영상을 넣는 것도 됩니다. 다만 영상이 길다면 여전히 조각 수를 생각해야 합니다.
디졸브가 안 될 때를 대비해서
이 빌더는 CapCut 프로젝트를 만드는 Python 라이브러리인 pyCapCut을 사용합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캡컷 배경을 시작 트랙에 맞춰 배치하고, 배경 사이에 전환 효과를 넣도록 구성했습니다.
그래서 디졸브 전환을 쓸 수 없는 환경이면, 대신 다음 배경이 3초 동안 서서히 나타나는 페이드인으로 바꿔 넣도록 했습니다. 효과는 조금 다르지만, 화면이 툭 끊기지 않는다는 목적은 같습니다. 라이브러리가 업데이트되면서 이름이 바뀌거나 효과가 빠지더라도 프로그램이 통째로 멈추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입니다.
CapCut에서는 전환 효과가 ‘앞 클립의 끝’에 붙는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두 배경 사이에 효과를 넣으려면 뒤 배경이 아니라 앞 배경의 마지막 조각에 달아야 합니다. CapCut 화면에서는 클립 사이에 끌어다 놓기만 하면 되니 몰랐던 부분입니다.
92곡을 넣었는데 65곡만 떴다
이번 작업 중에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꽤 쓴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려고 92곡을 전부 골라 곡 목록에 끌어다 놓았는데, 목록에 뜬 건 65곡뿐이었습니다.
처음엔 당연히 프로그램이 고장 난 줄 알았습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넣어서 중간에 끊긴 건지, 드래그앤드롭이 일부만 받은 건지, 파일 이름에 특수문자가 섞인 곡이 걸린 건지. 다시 넣어 보고, 나눠서 넣어 보고, 프로그램 쪽에 이상이 없는지만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원인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파일 쪽에 있었습니다. 빠진 27곡은 채널 초창기에 플레이리스트 작업을 하면서 MP3로 내려받아 둔 곡들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계속 WAV로 작업해 왔기 때문에 프로그램도 WAV 파일만 곡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MP3 파일은 아무 경고 없이 조용히 걸러지고 있었던 겁니다.
에러 메시지라도 하나 떴다면 금방 알았을 텐데,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곡이 아닌 파일’을 빼고 나머지를 정상적으로 받은 것뿐이었습니다. 고장이 아니라 처음 정한 규칙대로 정확히 움직인 셈입니다. 그래서 더 찾기 어려웠습니다.
해결은 간단했습니다. MP3도 곡으로 인식하게 바꿨습니다. 지금은 WAV, MP3, FLAC, M4A 같은 흔한 음원 형식을 모두 받습니다. 92곡이 전부 목록에 올라오는 걸 보고 나서야 배경을 어디서 나눌지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일로 하나 배운 게 있습니다. 내가 만든 도구가 “무엇만 받도록” 만들어졌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만든 사람도 잊는다는 것입니다. 처음 만들 때 당연했던 조건이 몇 달 뒤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됩니다.
같은 날 들어간 다른 변화
1편에서 이야기한 곡 목록 정렬 기능도 같은 날 캡컷 빌더에 들어갔습니다. 둘은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시작 트랙 드롭다운은 곡 목록의 순서를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에, 곡 목록을 다시 정렬하면 배경이 시작되는 지점도 그 순서를 따라갑니다.
이번 업데이트로 캡컷 배경이 바뀌는 시점을 계산하고 클립을 배치하는 반복 작업을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버전 이력으로 보면 이번이 v1.7입니다. 8월 말 첫 버전에서는 음원을 빈틈없이 이어 붙이고 배경을 늘리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 뒤로 앨범 타이틀 이미지, 반복 재생, 로고 색상 선택, 반복마다 타이틀 다시 넣기를 거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버전 정보 버튼을 누르면 이 이력이 날짜와 함께 보입니다.

내보내기는 여전히 손으로
마지막으로 바뀌지 않은 것 하나. 캡컷 빌더는 여전히 CapCut 프로젝트까지만 만들어 줍니다. 영상 파일로 내보내는 건 CapCut을 열어서 직접 누릅니다.
처음에는 아쉬웠지만, 지금은 이 단계가 꽤 쓸모 있다고 느낍니다. 배경이 구간마다 제대로 바뀌는지, 디졸브가 자연스러운지, 타이틀이 원하는 자리에 떴는지를 마지막으로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동으로 만들되, 마지막 판단은 사람이 하는 구조. Suno로 곡을 만들 때 자동화하지 않고 남겨 둔 부분과 비슷한 이유입니다.
반복되는 배치는 도구에 맡기고, 저는 그 안에서 음악과 하루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살피는 데 더 시간을 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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