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Side Heat 제작기 — 시카고 블루스의 밤에 열기를 더하다
다음 블루스 앨범을 준비하면서 두 가지 방향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블루스 록으로 새로운 색을 시도할지, 아니면 South Side Nights에 이어 시카고 블루스를 한 번 더 다뤄볼지였습니다. 결국 선택한 것은 시카고 블루스 2집이었습니다. 이미 사용한 장르 안에서도 기타와 리듬, 악기의 비중을 달리하면 새로운 앨범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South Side Heat는 Rain on Porcelain의 Chicago Blues Vol. 2, 9곡으로 구성한 연주 앨범입니다. 첫 앨범에서 이어지는 ‘South Side’라는 이름을 남기되, 이번에는 ‘Heat’를 붙였습니다. 같은 도시의 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연주가 만들어내는 열기를 조금 더 앞에 두고 싶었습니다.
South Side Nights에서 South Side Heat로
South Side Nights에서는 블루스 클럽으로 향하는 골목부터 마지막 열차까지, 밤이 깊어지는 여러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전기기타와 하모니카, 피아노와 해먼드 오르간을 통해 한 도시의 분위기를 담는 데 무게를 두었습니다.
South Side Heat를 기획할 때는 그 공간 안에서 연주하는 밴드 쪽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기타를 중심으로 시작하고, 하모니카와 건반, 리듬 섹션으로 색을 바꾸다가 마지막에는 여운을 남기는 흐름입니다. 1집과 이어지는 앨범이지만, 곡마다 무엇을 앞으로 내세울지 다시 정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원한 열기는 단순히 큰 음량을 뜻하지 않습니다. 기타가 곡을 끌고 가는 힘, 건반이 들어오며 바뀌는 표정, 리듬이 연주를 받쳐주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앨범 제목의 ‘Heat’도 그런 방향을 담은 이름입니다.
제목부터 1집과의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후속 앨범을 만들다 보니 곡 제목에서도 익숙한 표현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밤, 불빛, 길 같은 단어들은 블루스 분위기에 잘 어울리지만, 1집에서도 이미 사용한 이미지였습니다. 이전 앨범의 제목과 너무 비슷해지지 않도록 후보를 다시 살펴봤습니다.
다른 앨범에 사용했던 No Easy Road 같은 표현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곡이 달라도 이름이 비슷하면, 앨범을 보는 사람에게는 차이가 덜 선명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The Amp Runs Hot, Keys on Fire, Heavy on the Backbeat, Harp in a Hurry처럼 악기와 연주의 움직임을 떠올릴 수 있는 이름들을 남겼습니다. 첫 곡도 앨범과 같은 South Side Heat로 정했습니다. 제목을 다듬는 과정은 제가 이번 앨범에서 무엇을 강조하려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악기의 색을 바꾸며 이어가는 9곡
이번부터 앨범당 9곡으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공개할 음악을 꾸준히 준비해 두기 위한 선택이었고, South Side Heat도 그 구성에 맞춰 정리했습니다. 곡 수를 정한 뒤에는 기타 중심의 시작과 악기별 변화, 마지막의 여운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 순서 | 곡명 |
|---|---|
| 01 | South Side Heat |
| 02 | Trouble on Maxwell Street |
| 03 | The Amp Runs Hot |
| 04 | Blue Smoke Rising |
| 05 | Keys on Fire |
| 06 | Heavy on the Backbeat |
| 07 | Harp in a Hurry |
| 08 | Strings Under Pressure |
| 09 | The Room Still Hums |
기획의 중심에는 기타가 있었지만, 앨범 전체를 기타 한 가지 표정으로만 채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모니카와 피아노, 오르간과 리듬 섹션이 각자의 역할을 갖도록 방향을 나눴습니다. 같은 시카고 블루스 안에서 악기의 비중을 바꾸는 것이 이번 2집의 중요한 구성 방식이었습니다.
마지막 제목인 The Room Still Hums에는 연주가 끝나도 방 안에 소리가 남아 있는 듯한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앞에서 쌓아온 열기가 마지막 곡 뒤에도 잠시 머물기를 바라는 마무리입니다.
AI가 만든 후보에서 제가 남길 음악을 고르는 일
음악 생성에는 Suno를 활용했습니다. 다만 앨범의 방향과 곡 제목을 정하고, 생성된 후보 중 어떤 버전을 남길지 판단하는 일은 따로 필요했습니다. 같은 기획으로 만든 결과라도 연주의 자연스러움과 곡의 길이가 달랐습니다.
후보를 비교할 때는 장르의 색이 드러나는지와 함께, 악기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를 봤습니다. Trouble on Maxwell Street와 Harp in a Hurry도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버전을 선택했습니다. 생성 도구에 방향을 전달하는 것과, 그 결과를 앨범에 넣을지 결정하는 것은 서로 다른 작업이었습니다.
선택한 곡들의 길이도 모두 같지는 않았습니다. Blue Smoke Rising은 약 4분 18초로 다른 곡보다 길게 남았습니다. 목표 시간만으로 결과를 정리하기보다, 후보를 비교한 뒤 곡마다 남길 버전을 정했습니다.
마스터링에서는 연주의 표정을 남기는 데 무게를 뒀습니다
곡을 고른 다음에는 9곡을 한 앨범으로 이어 듣기 위한 음원 정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각각의 후보가 마음에 들어도 곡마다 음량이 다르면, 다음 트랙으로 넘어갈 때 음악의 흐름보다 소리 크기의 변화가 먼저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번 마스터링에서는 곡 사이의 음량 차이를 정리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습니다.
처리 기준은 곡 전체의 평균적인 청감 음량을 나타내는 -16 LUFS로 맞췄습니다. 순간적으로 가장 큰 소리만 비교하는 대신, 곡 전체를 기준으로 각 트랙의 음량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작은 소리와 큰 소리의 간격을 압축하기보다는 곡 전체에 일정한 게인을 적용했습니다. 기타가 치고 나오는 부분과 연주가 가라앉는 부분의 차이를 유지하면서, 앨범을 연속으로 들을 때의 균형을 맞추고자 했습니다.
이번 처리에서는 EQ, 컴프레서, 리미터나 스테레오 확장을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Heat’라는 제목에 맞춰 소리를 더 크게 밀어붙이기보다, 선택한 음원에 담긴 악기의 비중과 강약을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생성 단계와 후보 선택에서 정한 음악의 성격을 마지막 음원 정리에서도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곡의 끝을 다루는 일도 따로 살펴봤습니다. Keys on Fire, Heavy on the Backbeat, Strings Under Pressure에는 끝부분에서 소리가 줄어들었다가 연주 에너지가 다시 커지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파형이 작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뒤를 모두 불필요한 부분으로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이번 처리본에서는 해당 구간을 보존하고, 자동으로 길이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파일 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클릭을 줄이기 위해 마지막 10밀리초에만 아주 짧은 페이드를 적용했습니다. 곡의 전체 길이를 바꾸는 페이드아웃과는 다른, 파일 경계를 정리하기 위한 처리였습니다. 출력 파일은 원본의 48kHz 샘플레이트를 유지한 24비트 WAV로 저장하고, 다시 읽어 음량과 피크, 길이, 클리핑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24비트로 저장한다고 원본에 없던 소리의 세부 정보가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후속 영상 편집에 사용할 음원 형식을 통일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스터링을 ‘소리를 더 화려하게 만드는 마지막 단계’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이미 고른 연주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곡 사이의 균형과 파일의 마무리를 정리하는 일도 중요했습니다.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음량과 피크, 실제 청취로 판단해야 하는 음악적 엔딩을 구분하는 것이 이번 작업의 기준이었습니다.
업로드 검사 뒤 첫 곡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앨범을 영상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첫 곡 South Side Heat에 수익창출 제한이 표시됐습니다. 이미 곡을 고르고 음원을 정리한 뒤였지만, 그대로 진행하기보다 첫 곡을 다시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새 버전은 약 3분 29초로 나왔고, 교체용 음원으로 다시 정리한 뒤 YouTube 저작권 검사를 완료했습니다. 이후 2026년 10월 13일 밤, South Side Heat의 전체 앨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앨범의 문을 여는 곡이 바뀐 만큼, 처음 확정했던 구성에도 수정이 생겼습니다.
1집에서도 Old Hammond Light를 업로드 검사 뒤 교체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번 작업에서도 마음에 드는 후보를 고르는 일과 공개할 음원을 확정하는 일이 별개의 단계라는 점을 다시 느꼈습니다. 앨범 제작 기록에는 처음 선택한 곡뿐 아니라, 나중에 바꾸기로 한 결정도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블루스 앨범들로 이어지는 작업
South Side Heat를 공개한 뒤에도 블루스 앨범 작업은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현재 웨스트 코스트 블루스와 델타 블루스 신작 등이 공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카고 블루스 2집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다른 블루스의 색을 담은 음악들이 함께 쌓이고 있었습니다.
이 앨범들을 한 가지 ‘블루스 플레이리스트’로만 묶기보다는, 각각의 기획에서 제가 어디에 귀를 기울였는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웨스트 코스트 블루스에서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흐름을, 델타 블루스에서는 기타 리프가 곡을 이끄는 힘을 더 살려보려 했습니다. South Side Heat에서 여러 악기의 역할을 바꾸며 앨범을 구성한 것처럼, 다음 작품에서도 중심이 되는 소리를 다르게 정해보는 작업입니다.
조만간 미시시피 힐 컨트리 블루스 2집도 준비할 계획입니다. Where the Hills Keep Time에서 다뤘던 반복적인 비트와 그루브를 다시 출발점으로 삼되, 첫 앨범과 구별되는 곡의 흐름과 기타의 움직임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이번 시카고 블루스 2집에서 제목의 유사성을 줄이고 악기의 비중을 다시 정했던 경험도 다음 기획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는 일과 이미 다뤘던 장르로 돌아오는 일을 함께 이어가려고 합니다. 처음 만드는 앨범에서는 그 음악의 어떤 요소를 중심에 둘지 찾고, 후속 앨범에서는 이전 선택을 돌아보며 무엇을 바꿀지 생각하게 됩니다. 공개를 기다리는 신작들과 앞으로 준비할 2집들도, 그런 선택을 하나씩 기록하며 완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같은 장르를 다시 만드는 의미
South Side Heat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1집과의 관계였습니다. ‘South Side’라는 이름과 시카고 블루스라는 장르를 이어가면서도, 제목과 악기의 역할, 앨범의 흐름에서는 새로운 선택을 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블루스 록이라는 다른 방향도 고민했지만, 이번에는 시카고 블루스 안에서 한 번 더 제 선택을 구체화해 봤습니다. 기타로 시작해 악기의 색을 바꾸는 9곡 구성, 이전 제목들과 겹치지 않도록 다듬은 이름들, 업로드 검사 뒤 첫 곡을 다시 만든 결정까지 모두 이번 앨범에 남은 제작 과정입니다.
South Side Nights를 들으셨다면, 이번에는 같은 밤 안에서 밴드의 연주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셔도 좋겠습니다. South Side Heat의 기타와 하모니카, 건반과 리듬이 각자의 자리에서 만들어내는 열기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Rain on Porcelain의 음악은 Spotify, Apple Music, YouTube Music을 비롯한 주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South Side Heat 전체 앨범 듣기
YouTube에서 Rain on Porcelain의 South Side Heat — Chicago Blues Vol. 2 전체 앨범을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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