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늦은 밤의 도시와 젖은 거리 풍경을 담은 Rain on Porcelain의 Blue After Rain 앨범 썸네일

비가 그친 뒤에 남은 푸른 시간, Blue After Rain

Blue After Rain은 비가 내리는 순간보다, 비가 그친 뒤 도시에 남는 공기와 감정을 담은 Rain on Porcelain의 Soft Blues 앨범입니다.

비가 한바탕 지나간 밤에는 익숙한 거리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젖은 도로 위로 불빛이 길게 번지고, 낮 동안 쌓였던 열기는 잠시 가라앉습니다. 빗소리가 멈춘 자리에는 평소보다 선명한 적막이 찾아옵니다.

그 시간에는 마음속에 남아 있던 생각들도 조금 더 또렷하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Blue After Rain은 바로 그 순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동안이 아니라

비를 주제로 한 음악을 생각하면 흔히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나 흐린 하늘, 쓸쓸한 실내 풍경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담고 싶었던 것은 비가 내리는 장면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비가 멈춘 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을 때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와, 젖은 거리에 반사되는 도시의 불빛에 더 가까웠습니다.

큰비가 지나간 뒤의 도시는 완전히 고요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자동차가 지나가고, 늦게까지 불이 켜진 가게가 있으며, 빗물이 고인 도로 위로 사람들의 하루가 다시 이어집니다.

겉으로는 모든 것이 원래 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공기의 온도와 거리의 색은 조금 달라져 있습니다.

앨범 제목을 Blue After Rain으로 정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 ‘Blue’는 단순한 슬픔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비가 씻어낸 밤의 푸른빛이기도 하고, 쉽게 말로 꺼내지 못한 감정이기도 하며, 블루스라는 음악의 색이기도 합니다.

재즈 트리오에서 Soft Blues로

앞서 만든 Quiet Tables는 피아노와 업라이트 베이스, 브러시 드럼이 중심이 된 따뜻한 재즈 트리오 앨범이었습니다.

늦은 시간의 카페 한쪽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머무는 듯한 음악이었습니다. 악기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한 공간 안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다음 앨범에서는 그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조금 다른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Blue After Rain에서는 기타가 좀 더 앞으로 나옵니다. 피아노가 공간의 온도를 만들었다면, 기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한 음씩 꺼내놓는 역할을 합니다.

블루스라고 해서 거칠고 강한 연주를 앞세우기보다는, 늦은 밤에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부드러운 블루스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기타의 여운과 느긋한 리듬, 절제된 반주가 비가 그친 도시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Quiet Tables가 따뜻한 실내에 머무는 음악이었다면, Blue After Rain은 그곳을 나와 젖은 거리를 천천히 걷는 음악에 가깝습니다.

열 곡으로 이어지는 밤길

Blue After Rain은 모두 열 곡으로 구성했습니다.

첫 곡에서는 비가 막 그친 직후의 공기를 떠올렸습니다. 아직 도로에는 빗물이 남아 있고, 간판과 가로등의 불빛은 젖은 바닥 위에서 흔들립니다.

앨범의 중간으로 갈수록 음악은 조금씩 실내와 사람의 마음으로 향합니다. 늦은 카페의 창가, 김이 오르는 따뜻한 음료, 쉽게 정리되지 않는 생각처럼 조용하고 가까운 장면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후반부에서는 비가 지나간 뒤 찾아오는 안도감에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무언가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더라도,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입니다. 마지막 곡은 그 밤을 급하게 끝내지 않고, 남아 있던 감정이 천천히 가라앉을 수 있도록 여유를 두었습니다.

각 곡을 선택할 때는 연주가 눈에 띄는가보다 앨범 전체의 밤길 안에 자연스럽게 놓일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기타의 인상과 멜로디, 곡의 속도, 피아노와 리듬 악기의 균형을 함께 살폈습니다. 개별적으로 마음에 드는 곡이라도 앞뒤 곡과 비슷한 표정을 지니고 있거나 전체 흐름을 갑자기 바꾸는 경우에는 제외하거나 다른 곡으로 바꾸었습니다.

열 곡이 각각 따로 존재하기보다, 비가 그친 뒤 한 사람이 천천히 도시를 걸어가는 하나의 시간처럼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같은 비를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

Rain on Porcelain이라는 이름 안에서 비는 자주 등장하는 풍경입니다.

하지만 같은 비라도 언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창가에서 비를 기다릴 수도 있고, 빗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쉬어갈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비가 모두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풍경도 있습니다.

Blue After Rain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비가 지나갔다고 해서 모든 감정이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도로 위에 물기가 남듯 마음에도 흔적은 남습니다. 다만 그 흔적을 이전보다 조금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블루스 역시 슬픔을 크게 드러내기보다는, 마음속에 남은 것을 음악으로 천천히 받아들이는 방식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우울함에 머무는 음악이 아니라, 무거웠던 시간이 지나간 뒤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 음악에 가깝습니다.

비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음악

Blue After Rain은 Rain on Porcelain의 Jazz & Blues가 재즈 트리오에서 Soft Blues로 영역을 넓혀간 앨범입니다.

피아노와 베이스, 브러시 드럼이 만든 편안한 공간 위에 기타의 목소리를 더하면서, 이전 앨범과는 다른 밤의 표정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살다 보면 어떤 감정은 바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주변이 조용해진 뒤에야 비로소 바라볼 수 있는 마음도 있습니다.

비가 그친 밤, 젖은 창문 너머의 불빛을 바라볼 때. 늦은 시간 혼자 천천히 걷거나 따뜻한 음료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정리할 때. Blue After Rain이 말없이 곁에 머무는 음악이기를 바랍니다.

Blue After RainSpotify, Apple Music, YouTube Music을 비롯한 주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Blue After Rain 전체 앨범 듣기

YouTube에서 Rain on Porcelain의 Blue After Rain 전체 앨범을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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