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UM DIARY

앨범 다이어리

아이디어가 한 장의 앨범이 되기까지, 곡을 만들고 고르고
다듬는 과정과 영상 제작, 발매 뒤에 남은 선택과 시행착오를 기록합니다.

앨범별 제작 기록

최근에 공개한 앨범부터 음악을 만들고 다듬으며 남긴 과정과 선택을 정리했습니다.

One Light After Midnight 제작기 — 공포 대신 여백으로 만든 슬로 누아르 블루스

One Light After Midnight 제작기 — 공포 대신 여백으로 만든 슬로 누아르 블루스

2026-10-27

새벽의 어두움을 음악으로 옮길 때, 어디까지 어둡게 해야 할까. One Light After Midnight를 준비하며 제가 가장 오래 붙잡았던 질문입니다. 10월 말 공개를 생각하면 할로윈의 분위기를 빌릴 수도 있었지만, 익숙한 공포 효과나 과장된 긴장감으로 앨범을 채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비가 내린 뒤의 거리, 불이 꺼진 가게, 혼자 켜져 있는 2층 방의 전등처럼 조용한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밤을

Autumn Through the Glass 제작기 — 길이보다 자연스러운 끝맺음을 고른 가을 재즈

Autumn Through the Glass 제작기 — 길이보다 자연스러운 끝맺음을 고른 가을 재즈

2026-10-26

2분대에 끝나는 곡을 앨범에 남겨도 괜찮을까. Autumn Through the Glass를 준비하면서, 처음 생각했던 길이보다 짧게 나온 음악을 여러 번 다시 들었습니다.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미 제 이야기를 마친 곡을 시간 때문에 버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얼마나 오래 연주하는가보다 어디에서 자연스럽게 끝나는가를 더 중요하게 보게 됐습니다. Autumn Through the Glass는 가을의 창가와

Dust and River 제작기 — 강한 기타 리프로 시작한 델타 블루스

Dust and River 제작기 — 강한 기타 리프로 시작한 델타 블루스

2026-10-21

이번에는 첫 곡부터 기타가 귀를 붙잡았으면 했습니다. 천천히 분위기를 쌓기보다, 짧고 선명한 리프가 먼저 들어와 다음 구절을 기다리게 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Dust and River를 준비하며 처음 정한 방향도 그만큼 분명했습니다. 강한 리프를 가진 곡을 최소 세 곡 넣고, 앨범의 시작부터 그 힘을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Dust and River는 보컬 없이 기타의 리듬과 슬라이드 표현을 중심에

Pacific After Dark 제작기 — 피아노와 기타 사이에서 찾은 웨스트 코스트 블루스

Pacific After Dark 제작기 — 피아노와 기타 사이에서 찾은 웨스트 코스트 블루스

2026-10-16

피아노를 조금 더 앞으로 내세우고 싶었는데, 생성된 음악에서는 기타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피아노의 역할을 강조해 다시 만들어도, 어느새 기타가 곡의 중심을 차지하곤 했습니다. Pacific After Dark를 준비하며 여러 번 돌아온 질문은 ‘이번 곡에서는 어떤 악기를 가장 먼저 듣게 하고 싶은가’였습니다. 이 앨범은 로스앤젤레스의 늦은 밤을 떠올리며 만든 10곡의 웨스트 코스트 블루스 연주 앨범입니다. 깨끗한 전기기타와

South Side Heat 제작기 — 시카고 블루스의 밤에 열기를 더하다

South Side Heat 제작기 — 시카고 블루스의 밤에 열기를 더하다

2026-10-14

다음 블루스 앨범을 준비하면서 두 가지 방향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블루스 록으로 새로운 색을 시도할지, 아니면 South Side Nights에 이어 시카고 블루스를 한 번 더 다뤄볼지였습니다. 결국 선택한 것은 시카고 블루스 2집이었습니다. 이미 사용한 장르 안에서도 기타와 리듬, 악기의 비중을 달리하면 새로운 앨범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South Side Heat는 Rain on Porcelain의

The City in Half-Light — 뮤트 트럼펫으로 남긴 도시의 밤

The City in Half-Light — 뮤트 트럼펫으로 남긴 도시의 밤

2026-10-09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가장 먼저 정한 것은 주인공이 될 악기였습니다. 피아노를 중심에 두었던 재즈 트리오에서 한 걸음 옮겨, 뮤트 트럼펫이 이끄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다만 트럼펫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연주가 화려하거나 힘 있게 흘러가기를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소리를 가까이 가져오면서도, 그 주위에는 충분한 여백이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The City in Half-Light는 그 생각에서 출발한 Rain on

Where the Hills Keep Time — 반복이 음악이 되는 순간

Where the Hills Keep Time — 반복이 음악이 되는 순간

2026-10-02

처음 들으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곡이 앞으로 빠르게 달려가지 않습니다. 코드가 계속 바뀌지도 않고, 화려한 솔로가 곡의 중심을 차지하지도 않습니다. 짧은 기타 리프 하나가 계속 돌아오고, 베이스와 드럼은 그 자리를 좀처럼 떠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몇 번 듣고 있으면 오히려 그 반복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집니다. Where the Hills Keep Time을 만들면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느낀

책장을 덮지 않은 오후 — A Page Left Open 앨범 제작 이야기

책장을 덮지 않은 오후 — A Page Left Open 앨범 제작 이야기

2026-09-25

〈Two Chapters Later〉의 피아노는 처음부터 들리지 않습니다. 업라이트 베이스가 먼저 자리를 잡고, 약 8초 뒤 피아노가 들어옵니다. 브러시 드럼은 약 16초가 지나서야 합류합니다. 처음 생성한 음원에서는 피아노가 곧바로 시작했지만, 책을 읽던 사람이 다시 문장으로 돌아오는 듯한 여유를 만들고 싶어 악기별 음원을 분리해 도입부를 다시 구성했습니다. 한 곡의 첫 몇 초를 고치는 일이 앨범 전체의 방향을

보름달 아래 다시 집으로 — Under the Harvest Moon 제작기

보름달 아래 다시 집으로 — Under the Harvest Moon 제작기

2026-09-18

추석 무렵의 밤은 다른 계절의 밤과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높아진 하늘 아래 둥근 달이 오래 머물고, 자연스럽게 멀리 있는 사람과 다시 돌아갈 곳을 떠올리게 됩니다. Under the Harvest Moon은 그런 가을 밤의 정서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을 노래에 담아본 앨범입니다. 한국어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영어 코러스가 만나면서, 한 사람의 기억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리움과

Seoul Night Mart — 서울의 늦은 밤을 Lo-fi로 기록하다

Seoul Night Mart — 서울의 늦은 밤을 Lo-fi로 기록하다

2026-09-15

새벽 두 시를 넘긴 서울의 편의점은 낮과는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Seoul Night Mart는 그 시간의 빛과 정적을 Lo-fi로 옮겨본 앨범입니다. Rain on Porcelain에서는 지금까지 Jazz & Blues와 Soft Acoustic을 중심으로 여러 앨범을 만들어 왔습니다. 재즈 트리오가 연주하는 작은 테이블의 풍경을 담은 Quiet Tables, 비가 그친 뒤의 부드러운 재즈 블루스를 그린 Blue After Rain,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