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비가 하루의 속도를 늦출 때 — Rain by the Window
비가 내리는 날에는 익숙한 공간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창문을 따라 흐르는 빗물, 흐릿해진 거리의 불빛, 평소보다 낮게 들리는 도시의 소음. 바쁘게 이어지던 하루도 창밖의 비를 바라보고 있으면 잠시 속도를 늦추게 됩니다.
Rain by the Window는 그런 순간에서 시작된 앨범입니다.
첫 번째 Soft Acoustic 앨범이었던 Hours of Summer가 여름날의 여러 장면을 따라갔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비가 내리는 동안 한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 잠시 멈춰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음악.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듣거나 책을 읽을 때,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조용히 하루를 정리할 때 자연스럽게 곁에 머무는 앨범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Rain by the Window의 음악은 부드러운 어쿠스틱 기타와 차분한 목소리를 중심으로 흐릅니다. 멜로디와 편곡이 감정을 지나치게 끌어올리기보다는, 비 오는 날의 공기처럼 조용히 공간을 채우도록 방향을 잡았습니다.
앨범의 초반에는 비가 막 내리기 시작한 순간을 담았습니다. 창문에 작은 빗방울이 맺히고, 밝았던 바깥 풍경이 서서히 흐려지는 시간입니다. 갑작스럽게 일정이 바뀌거나 외출을 미루게 되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된 마음을 떠올렸습니다.
중반부로 갈수록 빗줄기는 조금 더 깊어지고 음악도 한층 차분해집니다. 여름 숲에 내리는 비,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서늘한 바람, 흐린 창가에서 책장을 넘기는 모습처럼 각 곡이 서로 다른 장면을 그리도록 구성했습니다.
후반부에는 오래 내리던 비가 조금씩 잦아듭니다. 구름 사이로 빛이 돌아오고, 한결 선선해진 하늘과 느려진 여름의 시간이 이어집니다. 비가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멈춰 생각을 정리할 여유는 남겨준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많은 선택이 필요했습니다.
같은 분위기를 요청해도 어떤 결과는 지나치게 슬펐고, 어떤 곡은 목소리나 편곡이 너무 강해 창가의 조용한 장면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멜로디의 흐름과 보컬의 분위기, 어쿠스틱 악기의 균형을 하나씩 비교하면서 앨범에 맞지 않는 곡은 제외하고 다시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비 오는 날 듣는 음악’을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 번의 여름비가 시작되고 깊어졌다가 천천히 그치는 흐름처럼 들리도록 곡의 순서도 여러 차례 조정했습니다.
가사의 역할도 중요했습니다.
비와 창문이라는 같은 소재가 반복되더라도 모든 곡이 비슷한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각각의 노래에 다른 시간과 감정을 담으려 했습니다. 어떤 곡에서는 지나간 기억을 돌아보고, 또 다른 곡에서는 잠시 멈춘 일상 속에서 작은 평온을 발견하도록 구성했습니다.
Rain by the Window는 비를 우울함으로만 바라보는 앨범은 아닙니다.
비가 내리는 동안 세상의 소리가 조금 낮아지고, 평소에는 지나쳤던 마음의 움직임이 선명해지는 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창밖의 풍경은 흐려지지만 오히려 내 안의 생각은 조금 더 또렷해지는 시간입니다.
바쁜 하루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싶을 때, 창가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싶을 때 이 음악이 편안하게 곁에 머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는 언젠가 그치지만, 비가 머물렀던 시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Rain by the Window는 그렇게 잠시 멈춘 하루가 남겨준 작은 여유와, 비가 지나간 뒤 찾아오는 한층 선선하고 맑아진 마음을 담은 앨범입니다.
Blue After Rain은 Spotify, Apple Music, YouTube Music을 비롯한 주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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