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있던 여름을 움직이게 한 음악, Horizon in Motion
Horizon in Motion은 조용히 머무는 여름이 아니라,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과 어디론가 떠나는 마음을 담은 Rain on Porcelain의 Soft Acoustic 앨범입니다.
Rain on Porcelain의 첫 번째 Soft Acoustic 앨범 Hours of Summer는 여름의 느린 하루를 담은 앨범이었습니다.
늦은 아침의 햇살과 창가, 책을 읽으며 보내는 오후, 조금씩 길어지는 그림자와 저녁의 공기까지. 무더운 여름날 서두르지 않고 한곳에 머무는 시간을 음악으로 옮겨보고 싶었습니다.
그다음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조금 다른 여름을 떠올렸습니다.
여름에는 가만히 머무는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익숙한 곳을 잠시 벗어나고 싶어지는 날도 있고,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어디론가 향하고 싶은 순간도 있습니다.
그렇게 Horizon in Motion은 멈춰 있던 여름을 움직이게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여름
이번 앨범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장면은 여행지 그 자체가 아니라, 그곳으로 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멀어지는 도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건물과 나무, 어느 순간 시야 끝에 나타나는 수평선.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인데도 이미 일상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여행은 도착한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풍경이 뒤로 밀려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의 제목에는 ‘여행’이나 ‘휴가’ 대신 Horizon in Motion이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수평선은 멀리 그대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곳을 향해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계속 새로운 풍경을 열어줍니다.
앨범의 시각적인 중심을 도시를 지나는 버스와 창밖 풍경으로 정한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특별한 관광지를 보여주기보다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이동의 시간을 담고 싶었습니다.
조금 더 빠른 Soft Acoustic
Hours of Summer가 조용한 방과 창가에 머무는 음악이었다면, Horizon in Motion에는 조금 더 분명한 리듬이 필요했습니다.
Rain on Porcelain의 Soft Acoustic이 가진 편안함은 유지하되, 음악이 너무 느리게 가라앉지는 않도록 했습니다. 기타와 부드러운 보컬을 중심에 두면서도, 자연스럽게 몸이 앞으로 움직이는 듯한 속도감을 담으려 했습니다.
그렇다고 여행을 앞둔 들뜬 기분만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빠르고 화려한 여름 노래보다는, 창가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가까운 음악이었으면 했습니다. 설렘이 있지만 소란스럽지 않고, 밝지만 지나치게 가볍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이번 앨범은 기존 Soft Acoustic 시리즈에서 조금 벗어난 여름 스핀오프이기도 했습니다. 조용히 머무는 음악도 Rain on Porcelain의 한 모습이지만, 같은 감성을 가지고 어디론가 움직여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떠나는 일과 다시 돌아오는 일
앨범 속 여행은 단순히 멀리 떠나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길 위에서는 익숙했던 생활을 잠시 다른 거리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매일 반복하던 일과 미뤄두었던 생각들도 조금 떨어져 보면 이전과 다르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어떤 곡에는 출발할 때의 가벼운 기대를 담았고, 어떤 곡에는 한낮의 도로와 눈부신 햇빛을 떠올렸습니다. 여행의 중간을 지나면서부터는 풍경보다 그 안에서 달라지는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 했습니다.
끝을 향해서는 다시 돌아갈 곳을 생각합니다.
좋은 여행은 일상을 완전히 버리게 하기보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다른 풍경을 지나온 뒤에야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Horizon in Motion의 마지막은 뚜렷한 도착이라기보다 또 다른 출발에 가깝습니다. 하나의 길이 끝난 자리에서 새로운 아침과 새로운 수평선이 이어지고, 음악은 조용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앨범이라는 한 번의 여행
앨범을 만들 때마다 여러 곡 가운데 어떤 곡을 남기고 어떤 순서로 배치할지를 오래 고민하게 됩니다.
개별적으로 듣기 좋은 곡을 고르는 것만으로는 하나의 앨범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첫 곡에서 출발한 사람이 마지막 곡에 도착할 때까지, 감정과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합니다.
Horizon in Motion에서도 곡의 멜로디와 분위기, 보컬의 인상, 앞뒤 곡과의 연결을 함께 살피며 전체 흐름을 정리했습니다. 비슷한 인상을 주는 곡이 연이어 나오지 않도록 조정하고, 앨범이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장면의 속도와 온도를 바꾸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곡이 중심에 놓이기도 했고, 개별적으로 마음에 들어도 전체 여행의 흐름과 맞지 않는 곡은 제외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앨범을 완성한다는 것은 좋은 곡을 모으는 일뿐 아니라, 그 곡들이 함께 걸어갈 하나의 길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수평선은 계속 움직입니다
Horizon in Motion은 Rain on Porcelain이 처음 시도한 조금 더 경쾌한 Soft Acoustic 앨범입니다.
창가에 머물던 음악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도시와 도로를 지나 수평선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앨범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늘 거창한 이유로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답답했던 마음을 환기하기 위해서, 오래 보지 못했던 풍경을 만나기 위해서, 혹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힘을 얻기 위해 잠시 길을 나서기도 합니다.
창밖의 풍경은 계속 바뀌지만 그 시간을 지나온 기억은 마음속에 오래 남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여정이 끝난 자리에는 언제나 다음 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Horizon in Motion이 잠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 혹은 다시 움직이기 위해 작은 계기가 필요한 순간에 함께할 수 있는 음악이기를 바랍니다.
Horizon in Motion은 Spotify, Apple Music, YouTube Music을 비롯한 주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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